돈은 눈앞의 숫자지만, 그 뒤에는 인간의 신뢰와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돈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면, 단순히 경제 뉴스를 읽는 수준을 넘어 금리·인플레이션·자산 가치의 흐름까지 한눈에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돈의 원리’를 종이돈의 탄생부터 명목화폐, 그리고 신용창조까지 단계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돈의 원리, 그 시작은 ‘신뢰’였다
돈의 원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다수가 믿고 받아들이면, 그것이 돈이 된다.”
처음엔 금·은처럼 실물 가치를 지닌 물건이 거래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신뢰’ 자체가 가치를 대신하게 되었죠. 송나라의 종이돈 교자(交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교자는 처음엔 무거운 동전 대신 종이로 바꿔주는 증서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굳이 동전으로 안 바꿔도 되겠네” 하고 믿기 시작하면서, 그 종이 자체가 돈이 되었습니다. 돈의 원리는 여기서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금에서 종이로, 종이에서 ‘신용’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브레튼우즈 회의(1944)는 돈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꾼 전환점이었습니다.
전쟁 후 혼란을 막기 위해 각국은 달러를 금과 연결해 안정시키려 했습니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한 금본위제를 유지한 거죠. 하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을 중지하면서 모든 화폐는 금과의 연결을 끊게 됩니다.
그때부터 돈의 원리 = 신용의 원리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돈의 가치는 ‘금속 덩어리’가 아니라 ‘국가의 신용’이 보장합니다. 이 신용이 흔들리면 화폐 가치가 무너지고, 신뢰가 유지되면 아무 종이도 돈이 됩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모든 지폐가 바로 이 신용 위에 서 있습니다.

은행의 신용창조, 없는 돈이 생겨나는 과정
돈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은행의 신용창조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현대 경제에서 돈이 늘어나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신용창조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중앙은행이 100만 원을 발행했다고 가정해봅시다.
- 시중은행은 이 중 10%인 10만 원만 지급 준비금으로 남기고 나머지 90만 원을 대출합니다
- 그 돈은 다시 다른 사람의 예금이 되어 또 81만 원이 대출됩니다
- 이 과정을 반복하면 처음 100만 원이 이론상 최대 10배까지 불어날 수 있습니다
금이나 은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신용만으로 돈이 생겨난 겁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경제를 움직이는 돈의 원리, ‘신용창조’입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는 이유도 바로 이 신용창조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입니다.

금리로 보는 돈의 진짜 가치
돈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금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금리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명목금리 vs 실질금리
예를 들어 예금 금리가 연 3.5%인데 물가상승률이 2%라면, 실질 금리는 1.5%입니다.
쉽게 말해, 1년 뒤 받는 100만 원은 지금의 101만 5천 원 가치밖에 안 된다는 뜻이죠.
많은 사람들이 명목금리만 보고 “이자가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가를 빼고 계산한 실질금리를 봐야 진짜 돈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커 보여도 실제 구매력이 줄어든다면, 그건 돈을 벌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인플레이션과 화폐 착각
월급이 20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해도, 물가가 5% 오르면 실제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하지만 우리 뇌는 “10만 원이나 올랐네!”라고 반응하죠.
이런 착각을 ‘화폐 착각(Money Illusion)’이라고 부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결국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이는 곧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신호이고, 우리가 경제 뉴스에서 “물가 상승률 2.5%”라는 숫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돈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명목적 숫자보다 실질 가치를 봐야 합니다. 숫자에 속지 말고, 그 숫자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돈의 원리, 결국 ‘신뢰의 순환’이다
돈의 원리는 실물, 신용, 금리, 인플레이션이라는 여러 현상 속에서도 결국 ‘신뢰의 순환 구조’로 귀결됩니다.
- 국가가 신뢰를 잃으면 화폐는 흔들립니다
- 은행이 신뢰를 잃으면 신용창조가 멈춥니다
- 개인이 신뢰를 잃으면 대출이 사라집니다
이 신뢰가 돈의 생명선이자, 우리가 경제 뉴스를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결국 돈의 원리를 안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갖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쓰는 돈은 단순한 종이가 아닙니다. 그 종이 위에는 국가의 신뢰, 사회의 합의, 그리고 우리의 기대가 함께 얹혀 있습니다.
‘돈의 원리’를 이해한다는 건 곧 ‘신뢰의 구조’를 읽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이해하면, 금리가 오를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인플레이션이 올 때 자산을 어디에 둬야 할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숫자보다 ‘신뢰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돈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